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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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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방에 A3로 걸려 있는 시가 하나 있다.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 11. 20. 윤동주 作
——————————–

윤동주가 위 시를 지었을때 나이가 23. 그리고 요절한 나이가 29.
내 나이 29. 나는 무엇이 부끄러운가.
나는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고 있는가.

예전에 문성근이 무릎팍에 나와 문익환 목사(문성근 아버지)와 윤동주(문익환 목사 친구)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그냥 들으며 마음이 겸허해졌다.

아래는 문익환 목사가 나이 70에 청년의 윤동주에게 쓴 글이다.

—————–
동주야

너느 스물 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느 어느새 일흔 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 달 먼저 났지만
나한텐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 앞에서
이렇게 구질구질 늙어 가는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야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는 다는 게
여간만 다행이 아누구나
너마저 늙어간다면 이 땅의 꽃임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벎은이들은
후쿠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 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 몸 짓뭉개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릴 줄 알았던 너의 피묻은 가륵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에 잡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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